[경향의 눈]고용은 경기회복으로 해결될 수 없다

2010. 03. 22. 경향신문 서배원 논설위원

매달 국가고용전략회의에 올릴 의제를 짜내는 실무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 회의에 대한 주목도가 크게 낮아졌다. 예정된 12차례 회의 가운데 겨우 세차례가 열렸을 뿐인데 벌써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올 한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데다 참석 범위도 당·정·청과 민간 전문가를 망라한 ‘총동원 체제’다. 이처럼 막강한 힘이 실린 회의가 왜 기대를 모으지 못할까.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이 원인이다. 회의 때마다 각 부처는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최우선’임을 반복하는 대통령 앞에 뭔가 내놓아야 하고, 대통령은 일자리에 목마른 국민에게 뭔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 그러다보니 범정부 차원의 논의는 필요조차 없는 개별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이 회의에 올라오고, 정작 국가 고용대계를 위한 깊이 있는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회의가 국민에게 일자리 비전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보여주기용’ 회의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첫 회의 때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다. 만시지탄이지만 정책발상을 고용친화적으로 전환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나름의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정책에 대한 고용영향평가, 고용률 중심의 지표 관리, 산업정책·재정·세제의 일자리 중심 개편,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을 제약하는 불공정거래 근절 등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자세를 취했다.

주목도 낮아진 고용전략회의

하지만 이후 진지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모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최근 회의에서는 246개 광역·기초자치단체장을 모아놓은 사례 발표가 있었는가 하면, 지자체 예산절감으로 3만개 일자리를 만든다는 이미 발표된 대책이 대통령에게 다시 보고되기도 했다. 회의에 올라오는 대책은 임시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각 부처가 아이디어를 낸 것들이 많다. 부처가 시행하면 그만인 것을 굳이 대통령 앞에 가져와 보고한다.

국가고용전략회의는 ‘고용없는 성장’ 시대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정책목표와 실행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정부 역량을 총동원하자는 의미를 갖는다. 국민은 이런 목표와 정부의 정책자세를 통해 당장의 현실은 고통스럽더라도 앞으로에 대한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임시방편의 대책에 몰두하는 정부의 조급증은 점점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각종 고용지표가 나빠질수록 근본처방보다는 땜질식 처방에 대한 유혹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실업률 상승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르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커지는 반면 올 들어 금융위기 이후 나랏돈으로 만든 임시 일자리는 줄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자세는 한마디로 “조금 있으면 나아질 것”이라는 ‘둘러대기’ 수준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경제의 고용문제가 금융위기 훨씬 전부터 구조적으로 악화해왔다는 사실이다. 경기회복만으로 치유될 수 없는 고질이다. OECD 최고 수준의 비정규직 비율을 낮추려는 특단의 의지와 노력 없이 급조해내는 일자리 몇 만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임금 근로자를 양산하는 비정규직 문제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려면 경영이 안정되고 처우도 대기업 못지않은 탄탄한 구조여야 하는데 이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 중소기업이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건강한 기업 생태계가 전제되지 않으면 어렵다. 산업구조나 세제를 고용친화적으로 개편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통스러운 과제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노력없이 일자리의 양적 증가에만 열을 올리면 질 낮은 임시 일자리로 고용의 질은 더 악화할 수 있다.

조급증 버리고 근본 처방을

우리의 고용문제는 계절 감기가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무대책이 가져다준 중병이다. 일본이 이미 파견법을 고쳐 고용안정을 꾀하려는 것처럼 지금부터라도 나라경제 전체를 고용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 고용의 질을 개선하려는 구조적인 대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다음 정권의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똑같은 고민을 더 심각하게 반복하게 된다. 지표에 일희일비하는 땜질 처방의 조급증을 버리고 더 늦기 전에 근본문제에 매달려야 한다.

악화되는 고용시장, 최우선 과제는 ‘고용안전망’ 확충

2010. 03. 17. 참여연대

실업수당도입, 사회보험료 감면을 통해

청년실업자, 폐업영세상인 임시·일용직노동자 등

실업취약계층 적극 지원해야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121만 명으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월대비 실업률 증가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각종 경제지표상의 경기회복 조짐과는 달리 고용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으나, 사실상 400만 명에 이르고 있는 실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고용보험 확대 및 실업부조 도입 연대회의는 한시적인 소득보장과 긴급구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정부의 고용정책은 현재와 같은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고실업 사회에 맞는 고용안전망 제도를 시급히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악화된 고용사정을 인식해 정부는 범정부차원의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매달 “일자리 대책”을 점검하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국가적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3차례에 걸쳐 진행된 국가고용전략회의는 1차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을 부처별로 재탕, 삼탕 발표하는 발표회 장으로 전락했다.

1차 회의에서 발표된 “2010 고용회복 프로젝트” 내용도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 확충을 통한 노동시장 중개기능 강화, 고용 인센티브 확대 정책,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등 지난해 대책을 확대하는 수준으로 국가적 고용전략이기 보다는 한시적인 소득보장, 긴급구호적인 성격에 머물고 있다.

경제 성장을 주되게 강조하던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정부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은 분명 진일보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대책은 양적 증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일자리의 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또한 노동시장 양극화, 취약한 사회안전망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너무나 미흡하다.

지난 10년간 이루어진 비정규직 증가, 양극화 심화와 같은 사회구조 변화가 한국경제의 체질을 약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하다면 정부 대책은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서비스 분야 등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노동시장 불안전성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더욱이 400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 다수는 폐업 자영업자, 청년실업자, 임시·일용직 노동자 등으로 전형적인 취약계층이다. 이들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실업을 반복하는 근로빈곤층이지만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실업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정부는 근로빈곤층과 취업애로계층대책으로 고졸 이하 미취업자 대상 전문인턴제 도입, 저소득층 훈련․취업지원 패키지 사업 확대, 구인구직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더 시급하고도 실질적인 대책은 실업 시 생계 지원과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직업훈련이 결합된 고용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실업수당(구직촉진수당)과 직업훈련을 제도화해야한다. 그리하여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폐업 영세상인, 청년실업자,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근로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빠른 시일 내에 고용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보험료 부담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저임금노동자에게 사회보험료를 감면해 취약계층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민생대책, 서민대책은 실업의 위험에 대비한 고용안전망 확충이다.

지금 국회에는 고용보험 확대와 실업수당(구직촉진수당)을 명시하고 있는 여러 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이 고실업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 실업 관련 법률부터 신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며, 다가오는 추경예산 편성 시 실업 및 일자리 관련 예산을 적극적으로 배정하고 집행해야 할 것이다.

경기회복? 고용상황은 전혀

지역내일신문 2010. 01. 21.

여성·청년층 고용한파 직격탄 맞아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고용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자수는 7만명이 줄었고(-0.3%), 실업자수는 12만명이 늘어나 실업률이 3.6%로 높아졌다.

21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8년 하반기 이후 고용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에 따르면 2009년 전체 취업자 수는 2351만명으로 2008년에 비해 7만명(0.3%)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의 취업자 감소율(3.8%)이나, 일본의 취업자 감소율(1.6%)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완만하지만 여전히 국내 고용사정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경기회복 기저효과 등으로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고용사정은 여전히 열악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특히 공공행정 분야를 제외한 취업자수는 16만 7000명이 감소했고,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 가운데는 여성과 청년층 그리고 30대의 고용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성취업자가 3만 1000명이 늘어난데 비해 여성취업자는 10만 3000명이 줄었다. 또 청년층(15~29세)은 전년대비 12만 7000명이 줄었고, 30대 역시 17만 3000명이줄어 고용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가 12만 6000명, 건설업 취업자가 9만 1000명 줄어든 반면 서비스업 취업자는 18만 6000명이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또한 고용시장에서 일용직과 자영업자가 퇴출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한 해 일용직은 15만 8000명, 자영업자는 25만 9000명이 감소했다.

한편 실업자수는 2008년 77만명에서 2009년 89만명으로 12만명이 증가했고, 실업률 역시 3.2%에서 3.6%로 0.4%P 높아졌다. 성별로는 남성의 실업률이 높고, 연령별로는 청년층 실업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별로는 고졸 실업률이 대졸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특히 청년층의 경우에는 고졸 실업률(9.4%)로 대졸실업률(7.0%)보다 높게 나타났다.